부산 국제영화제를 다녀오고 인디영화에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러던중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던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정작 예매를 하려고하니 내속에서 묘한 거리낌이 느껴졌다.
나는 사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차별적인 의도가 있는것은아니다.
누구나 특정 장르의 특정 내러티브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은 있을 테니.
내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벌새'나 '죄많은소녀', '레이디버드' 라던가 여성향영화에서의 감정과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성향 영화인 '해바라기', '바람' 또는 이번에 넷플릭스에 나온 'DP'라던가는 매우 공감이 가고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양쪽 성에 모두 공감을 하면좋겠지만 나는 그게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주인공이 왜 저렇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 영화가 끝날때 까지 일어나는 사건들만 본다.
그래서 이 영화도 혹시나 같은 경험을 할까 싶어 예매전 묘한 거리낌이 있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매우 재미있었고 생각이 많이드는 영화였다.
내용자체도 코믹한 부분들이 많이 산재되어있었고 감정적이고 독백적인 장면보다는 주인공이 혼란함을 스피디하게 상황으로 서 보여줌으로서 늘어지는 부분이 없었던것 같다.
공감의 이야기를 하자면 극중 초반에 주인공이 임신판정을 받고 의사의 멱살을 잡으면서 어떻해해야하는지 따지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의사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자기가 임신해놓고 의사선생님 한테 따지고 있는거지 어이가 없네 라는 생각을 하였다.
주인공이 무책임하게 잘못을 주위에 돌릴려고만 하고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려하는것 같이 느껴져 싫다는 느낌이 났고 내가 의사였다면 오히려 화를 내고 따졌으리라 그렇다 나는 주인공에게 조금도 공감하지 못한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고 주인공이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좌절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중간중간 의사선생님과 면담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그때마다 의사선생님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산부인과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말들만 해주며 서투른 면담을 하는데 후반부에가서는 주인공에게 서투른 위로의 말을 건네게된다.
영화가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주인공을 진정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의사선생님 뿐이었다.
부모님도 친구도 남자친구도 아니었다.
그는 주인공에게 무책임한 위로나 조언 또는 어떤 책임에 대한 의무감을 주는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인공을 도와줬다.
그러다 초반부의 멱살 장면이 생각났다. 비로서 그녀의 그런 행동들을 이해해줄수 있을거같았다.
내 멱살을 잡아도 나한테 소리를 질러도 이해해줄 수 있을것같았다.
그녀는 그냥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그런거니 우리가 이해를 해주어야 한다는걸 나는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무례할수있다. 또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것으로 소리를 지르며 모욕할 수도있다.
이는 상식적으로 따지면 분명이 그 사람의 잘못이고 주변의 사람들도 다 이해해줄것이다.
모두 그 사람을 욕하고 나를 옹호해 줄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되는것일까 모두 상식을 지키고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면서 누군가 선을 넘어오는지 불을 켜고 보고있다 누군가 넘어오면 자신은 피해자라며 그 사람을 욕하는 걸로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
의사 선생님처럼 그 무례한 행동속의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줄 수 는 없은 것일까.
마르쿠스가 말한 공동체의 선은 이런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의 이성은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일까.
나는 한번이라도 저 의사선생님처럼 누군가를 위해본적이 있었던가.
나는 내 주변사람들에게 저 의사선생님이 그랬던것 처럼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대하고 있는가.
나도 저 의사 선생님같은 어른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