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웹소설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내 행동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웹소설 같을지 모른다.
이번 설날 고등학교 친구 둘을 만났다.
얘기 중에 웹소설 이야기가 나왔다.
그 둘은 학생때부터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던 친구들이었는데 하루 종일 책만 읽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학교에와서 공부도 안 하는 그들을 한심하게 여겼었다.
그러나 그날 그 친구들이 계속 웹소설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존경심이 생겼다.
나도 요즘에 책을 읽고 있어서 책을 꾸준히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경심은 호기심이 되었고 그들이 열광하는 웹소설이 가진 매력에 대해 알고싶었다.
나는 그들에게 최고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 하나를 요청하였고 그들은 '달빛조각사'를 추천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바로 카카오페이지를 설치하고 달빛조각사를 읽기 시작했다.
읽기가 곤란할 정도로 나에게는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서사가 뚝뚝 끊겨 있는 느낌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몇 페이지씩 길게 설명되어있었고
이어지는 부분은 한두 줄의 설명이 전부였다.
마치 작가가 어떤 멋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을 생각하고(대부분 언더독이 먼치킨이 되는 장면) 그 장면의 대해 흥분해서 설명한다.
작중 내레이션이 흥분하여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겠는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마치 작가 머릿속 상상을 친구한테 이야기는 것 같다.
내가 느낀 문제점은 이거다.
온통 작가가 생각한 멋있는 장면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소설이 작성된다.
그러므로 장면과 장면 사이의 사건들은 그저 이어 주기 위한 장치들로 사용된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도 그저 그 멋있는 장면을 빛내주는 장치들로만 사용된다.
내가 재밌게 읽은 문학작품들은 사람이나 사건이 장치로 사용되지 않는다.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은 있겠지만 사건도 사람도 충분히 있을 법한 행동과 말을 한다.
그것은 특정 장면 몇 개가 아닌 이야기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고 전체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내 생각은 웹소설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내 행동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웹소설 같을지 모른다.
나는 내가 복수하고 내가 옮음을 증명하고 상대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이성에게 멋있어 보이는 상황을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와 만날 일이 생기면 어떻게 매력적인 말을 하고 웃겨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서 나를 돋보이게 하지를 생각한다.
전부 웹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인드이다.
웹소설을 욕할 마음은 없다. 그 팬들도.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을 문학처럼 풀어가고 싶다.
장면과 상황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내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