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e-Soon

약점의 친구는 필요없어.

어릴 때는 만화영화를 많이 봤다.

대부분이 로봇트가 나오는 만화들이었는데 주인공이 악당을 처치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만화마다 주인공이 외모도 성격도 로봇의 모양도 다 달랐지만

하지만 내용은 모두 비슷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이 성장하고 로봇트는 강해지고 위기에 처했다가 극복하고

결국 승리하는 이야기.

 

그 중 항상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는데

주인공이 이기고 있을 때 악당은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을 인질로 잡아 협박을 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되면 주인공은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뭐 언제나 주인공은 솔루션을 찾고 악당을 물리치고 우정은 더욱 끈끈해는 식의 마무리지만 말이다.

 

난 언제나 이 클리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주인공이 답답했다.

바보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어릴땐 답답해서 소리도 질렀다.

 

"바보 나였으면 친구 같은 건 하나도 안 만들었을 거야 왜 약점이 잡힐만한 걸 만드는 거야!!"

내가 어릴 때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언제나 인질극 장면에서 저런 생각을 했다.

난 주인공이 완벽하길 바랬다.

약점 같은 건 잡히지 않고 그냥 악당을 물리치길 바랬다.

 

지금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이지만

어릴 때의 바람대로 나는 지금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난 약점 같은걸 잡히지 않을테니 완벽한 주인공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약점이 아니라 주인공의 필수조건이었다.

난 악당 내지는 엑스트라로 살고있다.

'See-So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도권 상경기  (0) 2020.10.14
게임업계 초상화  (0) 2020.05.26
비주류와 주류  (0) 2020.05.16
혁신은 거기서 이루어지지 않아요  (0) 2020.05.11
개같지 않은 인생  (0)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