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만화영화를 많이 봤다.
대부분이 로봇트가 나오는 만화들이었는데 주인공이 악당을 처치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만화마다 주인공이 외모도 성격도 로봇의 모양도 다 달랐지만
하지만 내용은 모두 비슷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이 성장하고 로봇트는 강해지고 위기에 처했다가 극복하고
결국 승리하는 이야기.
그 중 항상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는데
주인공이 이기고 있을 때 악당은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을 인질로 잡아 협박을 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되면 주인공은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뭐 언제나 주인공은 솔루션을 찾고 악당을 물리치고 우정은 더욱 끈끈해는 식의 마무리지만 말이다.
난 언제나 이 클리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주인공이 답답했다.
바보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어릴땐 답답해서 소리도 질렀다.
"바보 나였으면 친구 같은 건 하나도 안 만들었을 거야 왜 약점이 잡힐만한 걸 만드는 거야!!"
내가 어릴 때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언제나 인질극 장면에서 저런 생각을 했다.
난 주인공이 완벽하길 바랬다.
약점 같은 건 잡히지 않고 그냥 악당을 물리치길 바랬다.
지금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이지만
어릴 때의 바람대로 나는 지금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난 약점 같은걸 잡히지 않을테니 완벽한 주인공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약점이 아니라 주인공의 필수조건이었다.
난 악당 내지는 엑스트라로 살고있다.